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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22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
외부자극2011. 2. 22. 13:45
1.
10in10 주간 베스트 글 중의 하나다. 나는 이미 결혼을 했지만, 지혜가 담긴 글이다.

나도 참 좋은 사람을 만났지. 복이다. 잘해줘야지.

행복하게 살자!



2.

참고로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는 40대로

아내와 아들 둘과 함께 세상을 그렇저렇 사는 평범하지도 못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다 하고 공개적으로 나름 생각하고 있는

배우자의 선택 기준을 말하시는 용기와 솔직함에 우선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결혼한 지 17년이 되는 지금 아내와 아이들을 보면

가끔씩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좀 길더라도 다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씀드리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이었는데

저에게 소중한 깨달음을 주신 어른의 말씀입니다.

그 어른은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서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한 분이셨는데

재직하시는 동안 650쌍이라는 어마어마한 커플들을 중매해

유명해진 분이었습니다.

 

신사동의 술집에서 다른 어른을 만난 자리였는데

그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저를 소개해 주셔서 동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총각이었는데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 나름 배우자의 기준을 정해 놓고 있던 터여서

저는 그 어른께 아주 우스운 질문 하나를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전문 중매인도 아니시면서 650쌍을 중매하셨다는데

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아 있는 중매가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랬더니 그 분이 깊게 생각도 않으시고 대뜸 말씀하셨습니다.

 

"있어요. 미국에 유학하고 돌아와 교수로 임명된

마흔 좀 넘은 후배 교수가 있었는데

과는 달랐지만 중매쟁이의 본능이 발동해서 며칠 후 교수 식당에서 일부러

그 친구 앞에 다가가 앉았지. 김 교수, 내 듣자니 아직 결혼 안 한 총각이라는데

혹시 독신주의자 아닌가? 하고. "

 

동석했던 몇몇 분이 그 어른의 말씀에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아니, 선배님 혼자 살다니 웬걸요. 부모님 성화도 있으시고,

무엇보다도 저는 가정을 갖기를 원합니다."

훤하게 생기고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후배 교수 대답을 들은 그 어른은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서 이만하면 이 친구 배우자로 손색이 없겠다

싶은 처자를 소개해 주셨답니다.

 

 \'이렇게 또 한 쌍 맺어주었네.\'

내심 쾌재를 부르시면서.

그런데 처자를 만나본 그 후배 교수가 "다 좋은데 이러이러한 점이 좀......"

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더랍니다.

 

그 동안 중매에 실패한 적이 거의 없었던 이 어른 그만 오기가 생겨서

예닐곱 명의 처자를 연이어 소개시켜 주었는데

그 때마다 한두 가지씩의 작은 이유들을 말하면서 마음에 안 들어 했답니다.

\'어? 이 친구 보게?\'

어른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친구에게 분명히 무언가 문제가 있기는 있는데

해결해 줄 방법을 못 찾으신 겁니다.

고민 끝에 그 어른이 찾아낸 나름의 방법은 이랬습니다.

연구실에서 후배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김 교수, 오는 토요일 오후에 시간 어때?"

"토요일이면 강의도 없는 날이니 시간 있습니다."

"그럼, 우리 오랜만에 명동 구경이나 하면서 시원한 맥주나 한잔 하지."

"네, 그러시지요."

"두 시에 명동 입구에서 만나지."

 

지금은 서울의 메카가 신촌이며 강남으로 바뀌었지만

그때 토요일 오후의 명동은 소위 가장 잘나가는 동네였답니다.

길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로 거리가 붐볐습니다.

 

명동 입구에서 만난 그 어른은 후배 교수에게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우리, 시간도 많은데 한 삼십 분쯤 여기 서서 사람 구경이나 해 볼까?

갑자기 무슨 말씀이냐고 영문을 몰라 하는 표정의 그에게,

"눈 앞에 지나가는 처자들 중에서 김 교수 생각에 \'이 여자면 아내감으로 괜찮겠구나\' 싶은

처자가 있으면 말 해 보게." 했답니다.

 

그리고는 한참을 서서 살펴보는데

후배 교수가 한 여자를 가리켰답니다.

"저 여자 정도면......"

이 어른이 후배 교수가 가리키는 여자분에게 다가가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누구누구인데 잠깐 차 한 잔 마실 시간만 내어주면 고맙겠다고.....

여자분과 함께 셋이서 인근 커피숖에 앉아

실은 이러저러 해서 모시고 왔다는 상세한 말씀을 하셨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그 여자분이

"말씀 잘 들었고 저를 좋게 봐 주신 것에 감사드리지만,

죄송하게도 저는 남편이 있는 여자입니다."

그러니 어떻하겠습까?

"자네, 이 번엔 운이 없었네."

 

여자분을 보낸 두 분은 다시 명동 입구로 돌아가

다른 여자분을 골랐습니다.

그렇게 그날 두 분은 도합 네 사람의 여자분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총각 후배가 고른 여자분들이 모두 결혼한

분들이었다는 겁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인연이 안 될라는 가 봐. 우리 그만 가서 술이나 마시지."

그 어른은 풀이 한껏 죽어 있는 후배 교수와 생맥주를 마셨습니다.

"자네, 오늘 느낀 거 뭐 없나?"

맥주잔을 들고 있던 후배 교수가 무슨 말씀이시냐는 표정으로 어른을 쳐다보았습니다.

"자네가 괜찮다 싶어서 고른 그 네 명의 여자분들 공통점이 무언지 모르겠나?

그분들은 모두 결혼한 분들이었지."

 

후배 교수는 더욱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더랍니다.

"그 여자분들은 좋은 남편 만나서 자신을 완성한 분들이었다는 거야.

그 여자분들의 남편들도 마찬가지겠지.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게 있다네.

자네는 욕심이 너무 많았어.

남들이 완성해 놓은 여자들만 좋아했으니, 도둑 심보가 아니고 뭐겠나?"

 

그 후배 교수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얼마 후에 소개해 준 여자분과 결혼해서 아주 잘 살고 있다는 그 어른의 부연 말씀.

그렇게 고생한 중매는 없었다면서 껄껄껄 웃으셨습니다.

동석했던 분들도 저도 모두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날 

술 많이 마셨습니다.

 

그때 저도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고

지금의 아내와 만나서 결혼했습니다.

사람은 서로 잘 알게 될수록 상대에게서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더 많이 보게됩니다.

그를 긍정하면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지만

부정하면 그 만남은 끝나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과 가치관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어쩌면 다름은 인간이 가지는 또 하나의 매력이며 미덕인지도 모릅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써 본 오래 전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사람 그 차체입니다. 

Posted by 사천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