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요일이다.
할 일은 태산이다.
아들은 초저녁부터 잔다.
2.
오늘 아침엔 결혼식이 있어서 아침부터 아이들과 와이프를 두고 서울에 다녀왔다. 1시쯤 오긴 했지만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았지. 그런데 와서는 또 이것저것 한다고 서재에 주로 처박혀서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았다. 딸이야 할머니와 엄마가 있지만, 아들은 나를 원하는데도 놀아주지 않았다...
3.
처남들이 왔었는데 아들이 놀다가 작은처남 큰 아들한테 한 대 맞았다. '우가바'라는 장난감을 안빌려줘서 맞은 것이다. 분했겠지. 자기 장난감인데 안빌려준다고 맞았으니... 아들 편을 들어주지 못하고 달래줬다. 아들을 위해서다. 그런 경험도 해봐야 하니까. 하지만 분해하며 눈물이 가득 찬 아들의 눈을 보면서 가슴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얼마나 화가 났을까. 아빠가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으니 섭섭하기도 했겠지. 지가 잘못한 것도 아니었는데.
4.
아들이 서재에서 나랑 이야기하고 있다가 장롱문을 열려고 했는데 잘 안열렸다. "아빠 이거 왜 안열려?"물어보더라. "힘을 줘서 팍! 당겨야지" 알려줬다. 아들이 그렇게 하다가 장롱문에 발을 맞아서 크게 까지고 말았다. 피도 좀 나고. 상처보니 정말 아프게 생겼더라. 내가 아픈 것 같았다. 충분히 아픈 것 안다고 아빠도 많이 다쳐봐서 안다고 위로아닌 위로를 했지만 가슴 아프다. 밴드를 붙여줬지만 내 아들의 아픈 가슴까지 치료가 되었을까... 미안하다 국현아. 사랑한다.
원래 아들하고 같이 목욕가기로 했었는데, 그렇게 다치고 나서는 안간다고 해서 못갔다.
5.
아들은 그뒤로도 컨디션도 안좋고 기분도 안좋았다. 계속 놀아주지 않았다. 저녁 무렵에 나랑 장난감 방 치우자고 하고 티비보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아들에게 사과하지도 못했다. 내일은, 아니 오늘은 일찍 출근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항상 이 시간이 되면 아들에게 미안하고 가슴아프다. 나는 나쁜 아빠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 존경받는 아버지, 사랑받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사랑한다 아들아. 미안하다 아들아. 아빠 좋은 아빠 멋진 아빠 존경받는 아빠 사랑받는 아빠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께. 쉽지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을께. 잘 안되면 계속 계속 새롭게 다짐하면서 노력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