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일잘하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9.17 시키는 일 잘하는 팁
工夫/인생공부2010. 9. 17. 22:24

1.
시키는 일도 잘 못하면서 어찌 자기 스스로의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난 연수원에서 시키는 일을 너무 못한 것 같아.

지금부터라도 바꾸자.





2.

의사가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는 아마 대부분의 과에서 레지던트 1년차 시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는 아마도 인턴 때가 아닐까 합니다.

 

그 이유는

 

1.레지던트는 나중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미 어느 한 과를 택해서 자신의 길을 정했으나 인턴은 그게 결정이 되어 있지 않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2.업무의 특성상 레지던트는 '자기'의 일을 하는 것임에 반하여(물론 업무량은 어마어마하지만) 인턴은 대부분 '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 있겠지요.(이건 과마다 좀 차이가 있겠습니다만..내과 1년차는 대부분 '지팔 지가 흔들기'죠..)

 

monster& 님께서도 아마 의사들의 인턴 시절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계신 것 같아서 제 인턴 시절의 경험에서 얻은 결론을 말씀 드리지요.

 

저는 인턴 시절 때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여러 '높으신' 분들로부터 떨어지는 명령들을 그때마다 전부 수첩에 적었습니다.

 

아침에 회진 끝날 때까지 떨어지는 명령들만 보통 20가지가 넘죠.

명령 떨어지는 레벨도 가지가지입니다.

가장 많은 것이 레지던트 1년차로부터 떨어지는 명령이고 다음이 슈퍼 바이저나 의국장,가끔씩 과장으로부터 직접..(이런 건 주로 치료와 관련없는 우편물 발송이나 은행 업무..요즘도 이런가?쩝..) 

명령이 떨어지는 양상도 딱 monster& 님 상황처럼 일처리 하는 중에 다른 사람이 다른 명령,다시 처음 일도 끝나기 전에 또다른 사람이 또다른 명령..늘 이런 식이죠.

한 며칠 정신없이 뛰어다녀 보니 새벽부터 밤12시까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녀도 뭐하나 제대로 되는 일은 없고 몸은 물먹은 솜처럼 고단해서 눈이 절로 감기는데 맨날 일 못한다고 욕은 욕대로 얻어먹고..

 

가장 중요한 것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에서 브라이언 트레이시 같은 사람은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먼저'

 

라는 원칙을 내세우지만 저는 저에게 명령할 사람이 전혀 없는 지금도 솔직히 그런 방식에 전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자신의 일을 추진하기 위하여 타인의 시간이나 노력을 동원할 권한이 거의 없는 님같은 처지에서 그런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다가는 하루 종일 한가지 일도 제대로 못 끝내고 맨날 욕만 얻어먹기 십상이죠.

인턴 당시 제가 우선순위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2가지 요소는

 

1.빨리,간단하게,나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

2.높은 사람이 시킨 일

 

이 두 가지였습니다.

 

제가 인턴할 당시 제 수첩에 적혀있던 그 수많은 명령들 중에 많은 것들이 짧게는 몇 분,길어야 10-20 분 정도 노력을 집중해서 처리해 버리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었습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도움도 필요없이..

이런 일도 제대로 안 해 놓으면 그 일을 시킨 사람이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할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래도 역시 능력에 비해 일은 많고 결국 어느 일인가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때는 저는 우선 높은 사람이 시킨 일부터 처리했습니다.

나중에 제가 처리못한 일을 시킨 사람이 뭐라고 할때 과장님이나 국장님이 시킨 일 하느라고 못했다고 하면 별말 못하더군요.

 

그리고 일을 맡을 때에 상사로부터 최대한의 정보를 받으십시오.

이 일이 무엇에 필요한 일인지(편지지 하나를 사도 연애편지 쓸 건지,은사님께 편지 보낼 건지에 따라 편지지가 달라집니다.),일을 진행 중에 모르면 누구에게 도움을 얻어야 하는지,특히 마감시간이 언제인지..등등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명령받는 현장에서 얻어내십시오.

만일 꼭 필요한 일을 시키는 이성적인 상사라면 일에 대하여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으려는 님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하에게 일을 제대로 시켜본 사람은 부하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면 줄수록 더 빠른 시간 내에 더 만족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잘 알거든요.

만일 정보를 잘 안 줄려고 한다면 그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거나 원래 자기가 해야할 일이겠죠.

이런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어둡니다.

또한 그런 일이 반복되면 상사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님에게 시키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한번 손에 잡은 일은 될수 있는대로 마무리까지 단숨에 해치워야 합니다.

그래서 가급적 단순하고,시간이 적게 걸리고,특히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없는 일을 먼저 하라는 것이지요.

항상 일을 이것저것 벌려놓는 느낌이 아니라 작은 일이라도 하나씩하나씩 딱딱 마무리해 놓고 다음 일로 넘어간다는 느낌으로 일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용삼 씨가 지은 '남자는 일생에 한번만 성공하면 된다.'는 책에 보면

 

"일 잘하는 사원의 책상은 깔끔한데 꼭 보면 일 못하는 사원의 책상은 온 책상에 포스트 잇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서류가 어지럽게 널려있고 일은 정말 열심히 하는듯이 보이나 며칠이 지나도록 제대로 처리하는 일이 없다."

 

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이 말이 딱 맞다고 봅니다.

 

- 대구사람

Posted by 사천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