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철수씨 참 대단한 사람이고 본받고 싶은 롤모델이다.
잠을 줄이고 부지런히 공부하면서 내 전공을 확실히 하고 다른 분야에도 관련지식을 넓혀가야 그나마 비슷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랑이는 잘 배우고 있을까.
2.
벤처기업 성공의 조건
정보통신(IT) 쪽, 경영 쪽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그런 시각으로 세상을 많이 바라보게 되는데, 특히 지난 3년 간 발전 속도라는 게 정말 놀랄 만 하다. 2007년에 나온 애플의 아이폰이 결국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세계적 변화의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블릿피시가 등장했고, 더불어 새로운 창업 열기도 엄청나다. 2007년 창업한 ‘징가’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단 시간 내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3년만에 올해 매출 1조를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했다. 불과 2년 전에 창업한 그루폰이란 회사도 있다.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단 시간에 가장 영업이익률이 높은 회사로 자리잡았는데, 얼마 전 7조원 정도의 인수·합병(M&A) 제안을 받았다. 1년 전 창업한 포스퀘어는 가입자가 500만 정도로 위치기반서비스로는 최고다. 신규 창업 속도를 보면 엄청나다. 그런데 한국이나 아시아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이런 세계적 전체 흐름에서 고립된 듯하다. 어찌 보면 한국이 가장 심한 것 같다. 이런 거대한 흐름에서 완전히 소외된 갈라파고스섬처럼 돼버린 현실이다. 왜 그럴까의 문제를 짚어보고,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뤄보겠다.
우선, 한국에서는 왜 실패 확률이 높은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세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첫번째는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창업하는 사람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실력이 부족하다. 여전히 글로벌스탠더드에 견주면 모자라다. 두번째는, 모든 기업이 그렇지만, 기업은 사회경제구조 안의 종속변수이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가 잘 발달돼있어야 기업이 힘을 덜고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인프라가 굉장히 부실하다. 세번째는, 이제 한국에선 이슈가 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관행이다. (각각을 자세히 살펴보자.)
첫번째, (실력 부족.) 자기가 모르면 잘 안 보이는 법인 것 같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경영자들이 게으름을 피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열심히 시간을 더 많이 들여서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한계점에 부딪쳐서 결국 좌초를 하는 것 같다. 비행기를 조종할 때에도, 아무리 작은 비행기라도 기장과 부기장 두 사람이 타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 해도 한 사람은 한계가 있어 특정 리스크를 실수로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같이 비행기를 조종하면, 평범한 두 사람이라 해도, 동시에 같은 곳의 특정한 리스크를 보지 않고 지나칠 확률은 수학적으로 굉장히 낮아진다. 기장과 부기장이 함께 타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경영도 같다. 한 사람이 하면 속도를 낼 수도 있지만 특정한 리스크에 취약하다. 가능하면 두 명 이상의 창업자가 같이 힘을 맞추고 보조를 맞춰서 경영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실에선) 불행하게도 한 사람의 능력도 떨어지는데, 두 사람 이상이 하는 경우도 많이 없다. 최근에 정부 이니셔티브 가운데 하나가 1인 창조기업이다. 이것도 사실은 세계적으로 경영학 쪽에서 이미 결론이 내놓은 결과와 반대다. 한 사람이 창업하는 것보다 두 사람 이상 창업할 때 성공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고려 없이 1인 창조기업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것 때문에 실패 확률이 아직 높은 게 사실이다.
두번째,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인프라는 다섯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 투자 뿐 아니라 적절한 조언과 인맥, 평판(reputation)을 제공해줘야 하는 벤처캐피털,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권, 기업의 특정한 기능을 대행해주는 아웃소싱 산업군, 정부의 여러가지 정책들(연구개발이나 환율정책 같은) 등이 대표적인 지원적 인프라(supporting infrastructure)다. △네번째(아웃소싱산업군)의 한 예인 콜센터를 생각해 보자. 만약 어떤 콜센터 전문업체가 개별 기업이 직접 콜센터를 운영할 때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고객만족도 높은 운영이 가능하다면, 창업되는 모든 기업마다 콜센터를 가질 필요 없이 그쪽에 다 넘겨주고 본연의 일에 집중하면 된다. 이것이 지원적 인프라의 역할이다. 이런 것들이 강력할수록 기업은 인력을 분산하지 않고 모든 인력을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데, 하나같이 부실하다. △대학에서 인력을 공급하는 것도 (저도 대학에 있지만) 문제가 많다. △벤처캐피털은 네가지가 가장 기본적 기능이다. 자금 제공뿐 아니라, 적절한 경영상의 조언, 인맥을 활용해서 고객을 연결시켜주거나 필요한 인력을 공급해주는 역할,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부족한 사회적 평판 제공 등까지 해야 하는데, 대부분 경우에는 돈만 제공해주고 나머지 세가지 기능을 못하는 곳이 많은 게 벤처캐피털의 현 상황이다. △금융권의 진정한 실력은 위기 진단과 관리(Risk Assessment and Management)인데, 이런 쪽 실력이 부족하다보면 책임이 기업가에게 전가된다. 대표이사 연대보증 같은 게 대표적 예다. 위기 진단이 제대로 안 되고 관리도 안 되니 사람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이다. 최근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가 한국 경제를 “좀비 경제”라고 묘사했다. 원래 덤핑이란 상관행은 시장지배적인 1위 기업이 나머지 작은 기업을 다 제거하기 위해 낮은 가격을 오래 유지해 독점적 권한을 갖는 구조다. 한국에선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오히려 가장 시장에서 지배력 없는 회사가 죽기 직전에 덤핑에 나선다. 당장 현금 유동성(cash flow)에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순현재가치가 마이너스(negative NPV)인 프로젝트라도 투자를 한다. 그래서 악순환에 빠지고, 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눈먼 돈’(money on the table)으로 연명을 하게 된다. 시장 구조를 파괴할 만한 조건의 회사가 하나 있으면, 결국 건실하던 회사들도 무너진 가격 구조 때문에 덤핑 가격에 동참할 수밖에 없어 모든 기업이 힘들어진다. 부실 기업이 하나 등장했을 때 시장에서 빨리 퇴출되면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지만, 이 기업이 눈먼 돈을 바탕으로 덤핑에 나서면 전체 가격 구조가 흐트러지고 허약한 순서대로 차례차례 ‘좀비’가 된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면 전체 시장에 좀비밖에 남지 않는다는 게 ‘좀비 경제’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오늘날 중소기업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이고, 또 대기업에서 활용하는 약점 가운데 하나다. 결국 금융권에서 좀비 경제를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정부의 여러가지 역할 가운데, 지금 현재 환율이 과연 적정한가의 논의도 있을 수 있겠다. 환율정책에 따라 양극화가 가속되기도 한다. 연구·개발을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 불공정거래 관행을 어느 선까지 해결할지 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큰 기업은 문제없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만큼 신생기업일수록 불리한 게 한국의 산업구조다.
세번째, 불공정거래 관행이다.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 대기업그룹이 아니며 독자적으로 창업한 회사 가운데 매출 1조원이 넘은 회사는 둘밖에 없다. 30년 동안 2개라면 굉장히 확률이 떨어지는 특수한 경우인데, 여기에 한국이 속하는 셈이다. 바로 웅진과 엔에이치엔으로, 공통점은 비투시(B2C) 회사라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대기업에 납품할 필요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 실력으로 승부한 회사들은 그나마 두개가 살아남았는데,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 가운데는 살아남은 회사가 없는 셈이다. 또다른 지표로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자. 전체적으로 중소기업이 숫적으로도 규모로도 더 많이 존재하고, 그 위에 숫적으로는 더 적지만 규모는 더 큰 중견기업이 존재하고, 그 위에 대기업이 존재하는 피라미드형이 정상적인 구조다. 한국은 호리병 구조다. 중소기업은 많은데 중견기업은 거의 없다. 통계를 보면 한국에선 (중견기업이) 0.5%다. 다른 선진국에서 중견기업 비중은 가장 낮은 나라도 4% 가량이고, 높은 곳은 12% 수준이다. 중견기업의 씨가 마른 구조, 아주 비정상적인 구조가 나타난 이유는, 대기업의 발전이 국가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핵심적인 사항이라는 공감대 아래서 정부가 무법천지를 방조한 것이다. 그래서 불공정거래 관행이 일어나도 그냥 눈감아주고 넘어가도록 반복하다보니 큰 문제가 됐고, 이제야 (뒤늦게나마) 사회적 이슈가 됐다. 새롭게 창업도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이미 창업한 회사도 실패하게 만드는 산업구조인 셈이다.
지금까지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는데, 사실 이런 구조들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지금 당장 열심히 노력해서 시작하더라도 사회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심지어 모든 구성원들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흐름을 멈출 수 없다. 지금부터 바꾸려 해도 사회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테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요원할뿐이다.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사회 구조가 이대로 유지되는 아래서도 어떻게 하면 새롭게 창업하는 사람들과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굉장히 상식적인 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중소기업이 성공하는 요소는 세가지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팀을 이루고,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점진적인 실행을 한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세부사항으로 가면 결코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좋은 사람이 모여서 팀을 만들면 좋다는 것은 상식적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자. △우선 상호보완적인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카이스트에서 학생들 가르치다 보면 가장 안 좋은 게, 창업할 때 많이 보는 광경인데, 성격도 비슷한 같은 과 학생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드는 경우다. 그러다 보면 다들 똑같은 사람들만 모인다. 그게 제일 안 좋은 모델이다. 가능하면 핵심이 되는 팀은 서로 전공 분야도 다르고 성격도 달라서, 한 사람은 모험적이고 한 사람은 중립적이거나 보수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브레이크와 가속기가 둘다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듯이, 성격이 상호보완적인 사람들이 모인 기업이 조직으로서 경쟁력이 있다. 단, 한 가지 예외는 가치관이다. 가치관이 다른 걸 서로 이야기 안 하고 창업을 한 경우, 잘 될 때임에도 오히려 기업이 깨지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가슴아프지만 많이 봐왔다. 기업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다. 예컨대, 기업에 있어 수익 창출이 기업의 목적인지 또는 본연의 활동을 열심히 한 결과인지, 내가 여기에 얼마의 인생을(3년? 5년?) 투입할 것인지, 주주 중심 경영이 맞는지 또는 직원들 포함한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이 더 맞는지, 이사회에 대한 시각은 어떤지 같은 여러가지가 모두 중요한 가치관이다.
이런 것들이 최소한 비슷하거나 공감대가 형성된 다음에 (창업)해야 성공할 수 있다. 아니면,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실패하더라. 사람들은, 가치관이 다르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가치관이 같은데 방법론이 다르면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것 같다. △헌신(commitment)에 있어서, 어떤 창업자는 대기업에서 나와서 자기 인생을 거는데, 어떤 창업자는 양다리를 걸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이 본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자기 인생을 걸지 않은 회사에 자금을 투입할 리는 만무하다. △오픈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예를 들어보자.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 2005년 설립된 미국의 벤처캐피털 회사)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에게 “사람 뽑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이야기를 나눌 때 한 가지만 본다고 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I may be wrong)고 말할 수 있는 사람만 뽑는다. 다른 건 볼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 말이 중요한 이유는 “자기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자기 실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그 말을 할 수가 없”으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많이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게 책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얼마 전에 책을 보다가 감탄하며 크게 무릎을 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책을 보기 일주일 전 다른 친구와 말다툼을 했는데, 그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다는 것이다. 일주일 뒤 어떤 책을 보니 거기 정말 좋은 문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말만 그때 했더라면 내가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폰에 메모를 해놨다. 다음에 그 친구를 만나면 일부러 시비를 걸어서 같은 논쟁을 벌인 다음에 한 번 이겨봐야겠다는 것이다. 그 친구에게 ‘너 차라리 책 읽지 마라’고 얘기했다. 자기 주위로 벽돌을 쌓는 것 같다. 책을 본다는 건, 자기의 틀린 생각을 교정하거나 영역을 확장하면서 발전하기 위해 읽는건데, 이 친구는 자기가 맞다는 증거수집용으로 책을 읽는거다. 그럼 자기 주위로 벽돌을 쌓아서 자기도 모르는 새 자기가 만든 성에 갇혀서, 벽돌 사이 틈새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카이스트에서 다섯학기째 가르치고 있는데, 시작할 때마다 작은 게임을 하나 한다. 산수 문제를 내고 시간을 아주 짧게 준다. 약간 헷갈리는 문제인데, 3분만 주고 문제를 풀어보라고 한다. 3분 뒤 1번은 저쪽 구석, 2번은 저쪽 구석 하는 식으로 분산시킨다. 학생들은 긴가민가 하면서도 갈라선다. 그 다음 다시 3분을 더 주면서, 검산할 사람은 하고 옆사람과 토의도 허용한다고 한다. 다섯학기 지나면서 보면, 자기 그룹 안에서 열심히 맞춰볼뿐, 한 명도 다른 그룹과 맞춰보는 학생이 없다. 상식적으로 자기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으로 다른 답을 낸 사람과 같이 이야기를 해보면 제일 확실한 건데, 자기 그룹 안에서만 맞춰보더라. 결국 사람들은 자기가 맞다는 증거를 수집하는 데 더 집중하는 것 같다. 경영판단도 그렇다. 100% 정답은 없고, 항상 에이(A)와 비(B) 사이에서 어떤 대가(tradeoff)가 결국 더 좋은 결정을 이끌어내는가를 고민한다. 한 번 결정을 하면, 설령 정답이 아니라 해도, 그에 맞는 증거를 수집하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통계 자료도 마찬가지다. 자기 생각이 맞다는 통계를 수집하려다 보면 굉장히 많이 나온다. 그러니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기 발전에 중요한 것이다. 그레이엄은 또,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 프로그래머와 세일즈맨이 협업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 마음가짐이 된다”고 했다. 오늘날 세상은 상식이 겹치지 않는 세상이다. 프로그래밍하는 사람들의 상식과 마케팅하는 사람들의 상식은 겹치지 않는다. 상식이란 게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임에도 지금은 상식이 겹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이런 ‘내가 틀릴 수 있다’, 곧 ‘나에게는 상식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상식이 아닐 수 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상식인데 나는 전혀 모르고 있는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그런 오픈마인드를 갖춘 그룹이 모이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의사결정 과정(decision-making process)도 아주 중요하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패는 그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만 보면 대강은 예측 가능하다. 안 좋은 형태 가운데 하나가 독재다. 한 사람이 결정하고 나아가면 효율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 관계는 상대적이다. 한 사람이 적극적이 되면 다른 사람은 원래 적극적이었던 사람조차 그런 관계 아래서는 수동적이 된다. 한 사람이 결정해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면 다른 사람들은 각각 능력 80%밖에 발휘할 수 없다. 처음에 10명 조직인데 한 사람 빼놓고 각자 80%씩이면 치명적이다. 또 안 좋은 것은 민주적 결정방식이다. 여러 사람이 합의가 되지 않아, 거수 및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도 결국 전략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다. 전략적 자원 분배(strategic resource allocation)를 막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결정 방식이다. 가장 중요한 건, 처음에 시작할 때엔 만장일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만장일치가 되면 스스로 결정했다는 주인의식을 느끼고 모든 사람이 120%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앞서의 80%와 지금 120%는 성패가 좌우되는 규모다. 의사 결정론을 보면 다섯명 이상은 만장일치가 잘 안 된다. 또 한 명은 두 명에 견줘 실패 확률이 높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2~4명의 핵심 창업자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것이다.
이상이 좋은 사람들이 모여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각론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저렇게 하기가 힘들지만, 저렇게만 구성하면 성공확률을 10배 정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좋은 제품으로 넘어가보자. 많은 창업자들, 중소기업인들이 갖는 오류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제품이나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제품만 만들다 실패한다. 현재 있는 대전에서 정말 많이 보는 광경이다. 시장이 원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혼동이 있는 것 같다.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 아닌 경우도 많다. 또 하나의 오류는 처음부터 큰 시장을 놓고 공략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과거 스티브 잡스가 쫓겨난 뒤 애플의 최고경영자를 맡은 존 스컬리가 냈던 피디에이(PDA) ‘뉴튼’의 실패 사례나, 반대로 팜파일럿(PalmPilot)이란 작은 회사가 어떻게 피디에이 사업을 성공했는지를 잘 살펴보면, 처음부터 큰 시장으로 접근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 수 있다. 좋은 제품인지 구분해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현업에 적용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경영학의 여러가지 틀(framework) 가운데 하나가 콘셉트 테스트(concept test)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 어느 정도 결과를 알아볼 수 있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위해 투자 받아서 만들어보니 결국 시장에서 안 먹힌다는 걸 알게 돼서 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전에 알아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제초제를 가정에서 쓰자니 대량에서 구입해야 하고 손에 묻고 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살충제처럼 분무기(스프레이) 방식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자. 아이디어만 가지고 연구·개발비 투자해서 바로 만드는 게 아니라, 제품이 있는 것처럼 안내책자(브로셔)만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 안내책자를 주면서 ‘이거 사시겠어요’ 하고 물었다. 제품은 실제 없고 아이디어일 뿐이란 얘기는 뺐다. 안내책자 만으로 산다 안 산다 의견을 직접 받을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만들기 전에 이미 성패는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팁 또는 테크닉으로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다. 역시 경영학은 학문이라기보다는 실질적인 팁의 모음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점진적인 접근 방식이다. 대부분이 대기업의 접근 방식을 쓰면서 많이들 망한다. 곧, 대기업은 사업계획서를 만들면 99%를 사업계획서대로 완수하는 게 잘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벤처기업은 그렇게 될 확률이 1%밖에 안 된다. 네 차례의 창업 경험 가운데 최근에 ‘노리타운스튜디오’라는 회사를 차렸다. 3년 동안 커다랗게 비즈니스 모델을 네 차례 바꿨다. 그렇게 해야 되더라. 아무리 자신있게 사업계획서 전망 하에서 만들었다 해도 결국은 시장이 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계속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기업가(entrepreneur)에게 꼭 필요한 덕목 가운데, 유연함(flexibility), 융통성(adaptability) 등이 전략 기획(strategy planning) 능력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 개념으로 접근하면, 처음부터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을 처음부터 한꺼번에 스무명 뽑고 5억 투자해서 ‘올인’했다가 안 되면 망하는 식이 아니라 단계별 접근이어야 한다. 세부적으로 나눠서, 1단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을 뽑고 최소한의 돈을 투자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1단계 검증을 거친 뒤, 그 다음 2단계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과 자금으로 검증을 받는 식으로 하는 과정을 거치면, 시장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그야말로 ‘비용 효율이 높은 학습’(cost-effective learning)이다. 학습이 어떻게 비용 효율이 높을 수 있을까 묻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계획을 세워서 학습하면 실수로부터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설령 2단계에서 실패해도 나머지 인원을 더 뽑을 수 있는 여력도 있고 자금도 남아있으므로, 두번째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위의 세가지만 지켜도 한국에서도 실패 확률을 굉장히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세가지 함정 가운데 하나, 어떤 경우엔 세가지 모두에 빠져서 실패하는 게 대부분이다. 안타깝다.
간단히 요약하면, 특히 한국에서 중소기업·벤처기업이 실패 확률이 높은 원인은 세가지로 본다. 첫번째, 경영진 스스로가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는 문제다. 두번째, 그런 작은 회사들을 도와주기 위한 산업적·사회적 지원 구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쪽에 정부도 그렇고 관심을 많이 안 두다 보니 허약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세번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거래관행이다. 그 뒤에 숨어있는 공공기관·공기업은 더 심하다. 이미 고착화된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거래 관계를 악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창업도 안 이뤄지고 성공 확률도 낮다.
구조적인 문제가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해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양 3국이 모두 적용 가능할 것 같은데, 세 가지를 제시한다. 좋은 사람들을 모아서 팀을 이루고,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한꺼번에 올인하는 것보다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통하라는 것이다. 이 정도만 지킨다면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출처 : 한겨레경제신문
정리·영상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