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1.20 안철수 벤처기업 성공의 조건
  2. 2011.01.10 안철수 교수 인터뷰 '잃어버린 3년'
工夫/인생공부2011. 1. 20. 10:03

1.
안철수씨 참 대단한 사람이고 본받고 싶은 롤모델이다.
잠을 줄이고 부지런히 공부하면서 내 전공을 확실히 하고 다른 분야에도 관련지식을 넓혀가야 그나마 비슷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랑이는 잘 배우고 있을까.

 

2.

벤처기업 성공의 조건


정보통신(IT) 쪽, 경영 쪽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그런 시각으로 세상을 많이 바라보게 되는데, 특히 지난 3년 간 발전 속도라는 게 정말 놀랄 만 하다. 2007년에 나온 애플의 아이폰이 결국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세계적 변화의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블릿피시가 등장했고, 더불어 새로운 창업 열기도 엄청나다. 2007년 창업한 ‘징가’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단 시간 내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3년만에 올해 매출 1조를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했다. 불과 2년 전에 창업한 그루폰이란 회사도 있다.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단 시간에 가장 영업이익률이 높은 회사로 자리잡았는데, 얼마 전 7조원 정도의 인수·합병(M&A) 제안을 받았다. 1년 전 창업한 포스퀘어는 가입자가 500만 정도로 위치기반서비스로는 최고다. 신규 창업 속도를 보면 엄청나다. 그런데 한국이나 아시아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이런 세계적 전체 흐름에서 고립된 듯하다. 어찌 보면 한국이 가장 심한 것 같다. 이런 거대한 흐름에서 완전히 소외된 갈라파고스섬처럼 돼버린 현실이다. 왜 그럴까의 문제를 짚어보고,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뤄보겠다.

우선, 한국에서는 왜 실패 확률이 높은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세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첫번째는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창업하는 사람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실력이 부족하다. 여전히 글로벌스탠더드에 견주면 모자라다. 두번째는, 모든 기업이 그렇지만, 기업은 사회경제구조 안의 종속변수이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가 잘 발달돼있어야 기업이 힘을 덜고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인프라가 굉장히 부실하다. 세번째는, 이제 한국에선 이슈가 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관행이다. (각각을 자세히 살펴보자.)

첫번째, (실력 부족.) 자기가 모르면 잘 안 보이는 법인 것 같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경영자들이 게으름을 피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열심히 시간을 더 많이 들여서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한계점에 부딪쳐서 결국 좌초를 하는 것 같다. 비행기를 조종할 때에도, 아무리 작은 비행기라도 기장과 부기장 두 사람이 타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 해도 한 사람은 한계가 있어 특정 리스크를 실수로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같이 비행기를 조종하면, 평범한 두 사람이라 해도, 동시에 같은 곳의 특정한 리스크를 보지 않고 지나칠 확률은 수학적으로 굉장히 낮아진다. 기장과 부기장이 함께 타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경영도 같다. 한 사람이 하면 속도를 낼 수도 있지만 특정한 리스크에 취약하다. 가능하면 두 명 이상의 창업자가 같이 힘을 맞추고 보조를 맞춰서 경영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실에선) 불행하게도 한 사람의 능력도 떨어지는데, 두 사람 이상이 하는 경우도 많이 없다. 최근에 정부 이니셔티브 가운데 하나가 1인 창조기업이다. 이것도 사실은 세계적으로 경영학 쪽에서 이미 결론이 내놓은 결과와 반대다. 한 사람이 창업하는 것보다 두 사람 이상 창업할 때 성공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고려 없이 1인 창조기업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것 때문에 실패 확률이 아직 높은 게 사실이다.

두번째,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인프라는 다섯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 투자 뿐 아니라 적절한 조언과 인맥, 평판(reputation)을 제공해줘야 하는 벤처캐피털,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권, 기업의 특정한 기능을 대행해주는 아웃소싱 산업군, 정부의 여러가지 정책들(연구개발이나 환율정책 같은) 등이 대표적인 지원적 인프라(supporting infrastructure)다. △네번째(아웃소싱산업군)의 한 예인 콜센터를 생각해 보자. 만약 어떤 콜센터 전문업체가 개별 기업이 직접 콜센터를 운영할 때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고객만족도 높은 운영이 가능하다면, 창업되는 모든 기업마다 콜센터를 가질 필요 없이 그쪽에 다 넘겨주고 본연의 일에 집중하면 된다. 이것이 지원적 인프라의 역할이다. 이런 것들이 강력할수록 기업은 인력을 분산하지 않고 모든 인력을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데, 하나같이 부실하다. △대학에서 인력을 공급하는 것도 (저도 대학에 있지만) 문제가 많다. △벤처캐피털은 네가지가 가장 기본적 기능이다. 자금 제공뿐 아니라, 적절한 경영상의 조언, 인맥을 활용해서 고객을 연결시켜주거나 필요한 인력을 공급해주는 역할,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부족한 사회적 평판 제공 등까지 해야 하는데, 대부분 경우에는 돈만 제공해주고 나머지 세가지 기능을 못하는 곳이 많은 게 벤처캐피털의 현 상황이다. △금융권의 진정한 실력은 위기 진단과 관리(Risk Assessment and Management)인데, 이런 쪽 실력이 부족하다보면 책임이 기업가에게 전가된다. 대표이사 연대보증 같은 게 대표적 예다. 위기 진단이 제대로 안 되고 관리도 안 되니 사람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이다. 최근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가 한국 경제를 “좀비 경제”라고 묘사했다. 원래 덤핑이란 상관행은 시장지배적인 1위 기업이 나머지 작은 기업을 다 제거하기 위해 낮은 가격을 오래 유지해 독점적 권한을 갖는 구조다. 한국에선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오히려 가장 시장에서 지배력 없는 회사가 죽기 직전에 덤핑에 나선다. 당장 현금 유동성(cash flow)에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순현재가치가 마이너스(negative NPV)인 프로젝트라도 투자를 한다. 그래서 악순환에 빠지고, 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눈먼 돈’(money on the table)으로 연명을 하게 된다. 시장 구조를 파괴할 만한 조건의 회사가 하나 있으면, 결국 건실하던 회사들도 무너진 가격 구조 때문에 덤핑 가격에 동참할 수밖에 없어 모든 기업이 힘들어진다. 부실 기업이 하나 등장했을 때 시장에서 빨리 퇴출되면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지만, 이 기업이 눈먼 돈을 바탕으로 덤핑에 나서면 전체 가격 구조가 흐트러지고 허약한 순서대로 차례차례 ‘좀비’가 된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면 전체 시장에 좀비밖에 남지 않는다는 게 ‘좀비 경제’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오늘날 중소기업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이고, 또 대기업에서 활용하는 약점 가운데 하나다. 결국 금융권에서 좀비 경제를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정부의 여러가지 역할 가운데, 지금 현재 환율이 과연 적정한가의 논의도 있을 수 있겠다. 환율정책에 따라 양극화가 가속되기도 한다. 연구·개발을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 불공정거래 관행을 어느 선까지 해결할지 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큰 기업은 문제없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만큼 신생기업일수록 불리한 게 한국의 산업구조다.

세번째, 불공정거래 관행이다.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 대기업그룹이 아니며 독자적으로 창업한 회사 가운데 매출 1조원이 넘은 회사는 둘밖에 없다. 30년 동안 2개라면 굉장히 확률이 떨어지는 특수한 경우인데, 여기에 한국이 속하는 셈이다. 바로 웅진과 엔에이치엔으로, 공통점은 비투시(B2C) 회사라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대기업에 납품할 필요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 실력으로 승부한 회사들은 그나마 두개가 살아남았는데,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 가운데는 살아남은 회사가 없는 셈이다. 또다른 지표로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자. 전체적으로 중소기업이 숫적으로도 규모로도 더 많이 존재하고, 그 위에 숫적으로는 더 적지만 규모는 더 큰 중견기업이 존재하고, 그 위에 대기업이 존재하는 피라미드형이 정상적인 구조다. 한국은 호리병 구조다. 중소기업은 많은데 중견기업은 거의 없다. 통계를 보면 한국에선 (중견기업이) 0.5%다. 다른 선진국에서 중견기업 비중은 가장 낮은 나라도 4% 가량이고, 높은 곳은 12% 수준이다. 중견기업의 씨가 마른 구조, 아주 비정상적인 구조가 나타난 이유는, 대기업의 발전이 국가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핵심적인 사항이라는 공감대 아래서 정부가 무법천지를 방조한 것이다. 그래서 불공정거래 관행이 일어나도 그냥 눈감아주고 넘어가도록 반복하다보니 큰 문제가 됐고, 이제야 (뒤늦게나마) 사회적 이슈가 됐다. 새롭게 창업도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이미 창업한 회사도 실패하게 만드는 산업구조인 셈이다.

지금까지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는데, 사실 이런 구조들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지금 당장 열심히 노력해서 시작하더라도 사회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심지어 모든 구성원들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흐름을 멈출 수 없다. 지금부터 바꾸려 해도 사회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테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요원할뿐이다.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사회 구조가 이대로 유지되는 아래서도 어떻게 하면 새롭게 창업하는 사람들과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굉장히 상식적인 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중소기업이 성공하는 요소는 세가지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팀을 이루고,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점진적인 실행을 한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세부사항으로 가면 결코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좋은 사람이 모여서 팀을 만들면 좋다는 것은 상식적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자. △우선 상호보완적인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카이스트에서 학생들 가르치다 보면 가장 안 좋은 게, 창업할 때 많이 보는 광경인데, 성격도 비슷한 같은 과 학생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드는 경우다. 그러다 보면 다들 똑같은 사람들만 모인다. 그게 제일 안 좋은 모델이다. 가능하면 핵심이 되는 팀은 서로 전공 분야도 다르고 성격도 달라서, 한 사람은 모험적이고 한 사람은 중립적이거나 보수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브레이크와 가속기가 둘다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듯이, 성격이 상호보완적인 사람들이 모인 기업이 조직으로서 경쟁력이 있다. 단, 한 가지 예외는 가치관이다. 가치관이 다른 걸 서로 이야기 안 하고 창업을 한 경우, 잘 될 때임에도 오히려 기업이 깨지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가슴아프지만 많이 봐왔다. 기업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다. 예컨대, 기업에 있어 수익 창출이 기업의 목적인지 또는 본연의 활동을 열심히 한 결과인지, 내가 여기에 얼마의 인생을(3년? 5년?) 투입할 것인지, 주주 중심 경영이 맞는지 또는 직원들 포함한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이 더 맞는지, 이사회에 대한 시각은 어떤지 같은 여러가지가 모두 중요한 가치관이다.

이런 것들이 최소한 비슷하거나 공감대가 형성된 다음에 (창업)해야 성공할 수 있다. 아니면,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실패하더라. 사람들은, 가치관이 다르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가치관이 같은데 방법론이 다르면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것 같다. △헌신(commitment)에 있어서, 어떤 창업자는 대기업에서 나와서 자기 인생을 거는데, 어떤 창업자는 양다리를 걸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이 본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자기 인생을 걸지 않은 회사에 자금을 투입할 리는 만무하다. △오픈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예를 들어보자.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 2005년 설립된 미국의 벤처캐피털 회사)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에게 “사람 뽑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이야기를 나눌 때 한 가지만 본다고 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I may be wrong)고 말할 수 있는 사람만 뽑는다. 다른 건 볼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 말이 중요한 이유는 “자기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자기 실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그 말을 할 수가 없”으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많이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게 책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얼마 전에 책을 보다가 감탄하며 크게 무릎을 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책을 보기 일주일 전 다른 친구와 말다툼을 했는데, 그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다는 것이다. 일주일 뒤 어떤 책을 보니 거기 정말 좋은 문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말만 그때 했더라면 내가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폰에 메모를 해놨다. 다음에 그 친구를 만나면 일부러 시비를 걸어서 같은 논쟁을 벌인 다음에 한 번 이겨봐야겠다는 것이다. 그 친구에게 ‘너 차라리 책 읽지 마라’고 얘기했다. 자기 주위로 벽돌을 쌓는 것 같다. 책을 본다는 건, 자기의 틀린 생각을 교정하거나 영역을 확장하면서 발전하기 위해 읽는건데, 이 친구는 자기가 맞다는 증거수집용으로 책을 읽는거다. 그럼 자기 주위로 벽돌을 쌓아서 자기도 모르는 새 자기가 만든 성에 갇혀서, 벽돌 사이 틈새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카이스트에서 다섯학기째 가르치고 있는데, 시작할 때마다 작은 게임을 하나 한다. 산수 문제를 내고 시간을 아주 짧게 준다. 약간 헷갈리는 문제인데, 3분만 주고 문제를 풀어보라고 한다. 3분 뒤 1번은 저쪽 구석, 2번은 저쪽 구석 하는 식으로 분산시킨다. 학생들은 긴가민가 하면서도 갈라선다. 그 다음 다시 3분을 더 주면서, 검산할 사람은 하고 옆사람과 토의도 허용한다고 한다. 다섯학기 지나면서 보면, 자기 그룹 안에서 열심히 맞춰볼뿐, 한 명도 다른 그룹과 맞춰보는 학생이 없다. 상식적으로 자기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으로 다른 답을 낸 사람과 같이 이야기를 해보면 제일 확실한 건데, 자기 그룹 안에서만 맞춰보더라. 결국 사람들은 자기가 맞다는 증거를 수집하는 데 더 집중하는 것 같다. 경영판단도 그렇다. 100% 정답은 없고, 항상 에이(A)와 비(B) 사이에서 어떤 대가(tradeoff)가 결국 더 좋은 결정을 이끌어내는가를 고민한다. 한 번 결정을 하면, 설령 정답이 아니라 해도, 그에 맞는 증거를 수집하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통계 자료도 마찬가지다. 자기 생각이 맞다는 통계를 수집하려다 보면 굉장히 많이 나온다. 그러니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기 발전에 중요한 것이다. 그레이엄은 또,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 프로그래머와 세일즈맨이 협업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 마음가짐이 된다”고 했다. 오늘날 세상은 상식이 겹치지 않는 세상이다. 프로그래밍하는 사람들의 상식과 마케팅하는 사람들의 상식은 겹치지 않는다. 상식이란 게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임에도 지금은 상식이 겹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이런 ‘내가 틀릴 수 있다’, 곧 ‘나에게는 상식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상식이 아닐 수 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상식인데 나는 전혀 모르고 있는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그런 오픈마인드를 갖춘 그룹이 모이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의사결정 과정(decision-making process)도 아주 중요하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패는 그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만 보면 대강은 예측 가능하다. 안 좋은 형태 가운데 하나가 독재다. 한 사람이 결정하고 나아가면 효율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 관계는 상대적이다. 한 사람이 적극적이 되면 다른 사람은 원래 적극적이었던 사람조차 그런 관계 아래서는 수동적이 된다. 한 사람이 결정해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면 다른 사람들은 각각 능력 80%밖에 발휘할 수 없다. 처음에 10명 조직인데 한 사람 빼놓고 각자 80%씩이면 치명적이다. 또 안 좋은 것은 민주적 결정방식이다. 여러 사람이 합의가 되지 않아, 거수 및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도 결국 전략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다. 전략적 자원 분배(strategic resource allocation)를 막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결정 방식이다. 가장 중요한 건, 처음에 시작할 때엔 만장일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만장일치가 되면 스스로 결정했다는 주인의식을 느끼고 모든 사람이 120%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앞서의 80%와 지금 120%는 성패가 좌우되는 규모다. 의사 결정론을 보면 다섯명 이상은 만장일치가 잘 안 된다. 또 한 명은 두 명에 견줘 실패 확률이 높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2~4명의 핵심 창업자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것이다.

이상이 좋은 사람들이 모여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각론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저렇게 하기가 힘들지만, 저렇게만 구성하면 성공확률을 10배 정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좋은 제품으로 넘어가보자. 많은 창업자들, 중소기업인들이 갖는 오류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제품이나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제품만 만들다 실패한다. 현재 있는 대전에서 정말 많이 보는 광경이다. 시장이 원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혼동이 있는 것 같다.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 아닌 경우도 많다. 또 하나의 오류는 처음부터 큰 시장을 놓고 공략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과거 스티브 잡스가 쫓겨난 뒤 애플의 최고경영자를 맡은 존 스컬리가 냈던 피디에이(PDA) ‘뉴튼’의 실패 사례나, 반대로 팜파일럿(PalmPilot)이란 작은 회사가 어떻게 피디에이 사업을 성공했는지를 잘 살펴보면, 처음부터 큰 시장으로 접근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 수 있다. 좋은 제품인지 구분해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현업에 적용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경영학의 여러가지 틀(framework) 가운데 하나가 콘셉트 테스트(concept test)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 어느 정도 결과를 알아볼 수 있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위해 투자 받아서 만들어보니 결국 시장에서 안 먹힌다는 걸 알게 돼서 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전에 알아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제초제를 가정에서 쓰자니 대량에서 구입해야 하고 손에 묻고 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살충제처럼 분무기(스프레이) 방식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자. 아이디어만 가지고 연구·개발비 투자해서 바로 만드는 게 아니라, 제품이 있는 것처럼 안내책자(브로셔)만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 안내책자를 주면서 ‘이거 사시겠어요’ 하고 물었다. 제품은 실제 없고 아이디어일 뿐이란 얘기는 뺐다. 안내책자 만으로 산다 안 산다 의견을 직접 받을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만들기 전에 이미 성패는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팁 또는 테크닉으로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다. 역시 경영학은 학문이라기보다는 실질적인 팁의 모음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점진적인 접근 방식이다. 대부분이 대기업의 접근 방식을 쓰면서 많이들 망한다. 곧, 대기업은 사업계획서를 만들면 99%를 사업계획서대로 완수하는 게 잘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벤처기업은 그렇게 될 확률이 1%밖에 안 된다. 네 차례의 창업 경험 가운데 최근에 ‘노리타운스튜디오’라는 회사를 차렸다. 3년 동안 커다랗게 비즈니스 모델을 네 차례 바꿨다. 그렇게 해야 되더라. 아무리 자신있게 사업계획서 전망 하에서 만들었다 해도 결국은 시장이 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계속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기업가(entrepreneur)에게 꼭 필요한 덕목 가운데, 유연함(flexibility), 융통성(adaptability) 등이 전략 기획(strategy planning) 능력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 개념으로 접근하면, 처음부터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을 처음부터 한꺼번에 스무명 뽑고 5억 투자해서 ‘올인’했다가 안 되면 망하는 식이 아니라 단계별 접근이어야 한다. 세부적으로 나눠서, 1단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을 뽑고 최소한의 돈을 투자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1단계 검증을 거친 뒤, 그 다음 2단계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과 자금으로 검증을 받는 식으로 하는 과정을 거치면, 시장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그야말로 ‘비용 효율이 높은 학습’(cost-effective learning)이다. 학습이 어떻게 비용 효율이 높을 수 있을까 묻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계획을 세워서 학습하면 실수로부터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설령 2단계에서 실패해도 나머지 인원을 더 뽑을 수 있는 여력도 있고 자금도 남아있으므로, 두번째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위의 세가지만 지켜도 한국에서도 실패 확률을 굉장히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세가지 함정 가운데 하나, 어떤 경우엔 세가지 모두에 빠져서 실패하는 게 대부분이다. 안타깝다.

간단히 요약하면, 특히 한국에서 중소기업·벤처기업이 실패 확률이 높은 원인은 세가지로 본다. 첫번째, 경영진 스스로가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는 문제다. 두번째, 그런 작은 회사들을 도와주기 위한 산업적·사회적 지원 구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쪽에 정부도 그렇고 관심을 많이 안 두다 보니 허약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세번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거래관행이다. 그 뒤에 숨어있는 공공기관·공기업은 더 심하다. 이미 고착화된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거래 관계를 악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창업도 안 이뤄지고 성공 확률도 낮다.

구조적인 문제가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해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양 3국이 모두 적용 가능할 것 같은데, 세 가지를 제시한다. 좋은 사람들을 모아서 팀을 이루고,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한꺼번에 올인하는 것보다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통하라는 것이다. 이 정도만 지킨다면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출처 : 한겨레경제신문

정리·영상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Posted by 사천짜장
工夫/인생공부2011. 1. 10. 15:22

 

1.

철수 교수님 인터뷰이다. 정말 멋진 사람인 듯. 길도 잘 찾아가는 것 같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앞으로 20년!!




2.

안철수 박사와 마주 앉아 인터뷰를 진행한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했다. 2005년 3월 홀연히 CEO에서 물러나 공부를 하겠다고 미국으로 떠난 후 처음인 듯 했다. 그러고 보니, 5년이 넘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지금 너무도 바쁜 사람이다.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기업가 정신과 창업을 주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외에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다. 최근에 안철수연구소에서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소셜게임 벤처기업 노리타운스튜디오의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공식 직함만 20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한 회사의 CEO를 넘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활동에 더정열을 쏟는 듯 하다. 미국으로 떠나기전 자신이 경험하고 공부한 것을 사회에 돌려주고싶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그 바람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안철수 박사는 올해 우리나이로 쉰이다. 하늘의 뜻을 안다(지천명)는 나이, 올해는 어떤 뜻을 담아 우리에게 전해 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안철수 박사는 우리 사회와 기업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고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키곤 했다. 요즘은 쓴소리의 세기가 더 강해진 느낌이다. 대상도 가릴 것 없다.

“지난 3년간 전세계적인 IT의 격변기에 우리는 뭘했나요. 이런 흐름을 그 누구도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였고 정부와 거대 통신사,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않았죠. 정부는 더 이상 IT 분야의 혁신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컨트롤타워를 없애버렸고, 대신 IT가 각 산업을 뒷받침해줘야 한다면서 융합을 꺼내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결정은 패착이었죠.”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가 전 세계를 휩쓸어댄 지난 3년, 우리는 그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철저히 이방인이 되고 말았다는 게 안철수 박사의 진단이자 아쉬움이었다. 그는 ‘잃어버린 3년’이라며 씁쓸해했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말에선 분노까지 엿보인다.

‘1인 창조기업’도 도마에 올랐다. 안 박사는 “기존에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더 잘 될 수 있는 제도적인 정비에는 공무원들이 별 관심이 없고 창업하는 회사들의 숫자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깎아내렸다. 그는 “1인 창업보다는 오히려 여럿이서 함께 창업을 해야 더 성공가능성이 높다”며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도 정부에 손 빌리려 하지 말고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래전부터 아무리 이야기해도 변하는 게 없다”며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쓴소리는 계속된다. 그건 여전히 버릴 수 없는 희망때문이란다. “희망이 없으면 이런 얘기 할 필요가 없다”면서 말이다.

그의 희망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 12월 27일, 방학을 맞아 미국으로 잠시 공부하러 떠나기 전 안철수 박사를 만났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와 함께 한 자리였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이하 김상범) : 반갑습니다. 오랫만에 뵙네요. 잘 지내고 계시죠?

안철수 박사(이하 안철수) : 네. 내년(올해다)이면 사업을 시작한 지 23년이 되는 해이고, 나이는 50이 됩니다. 시간이 빠르네요. 교수를 하면서 더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블로터닷넷도 5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김상범 :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군요. 어려울 땐 어려워 힘들고, 좀 나아진다 싶으면 원칙에서 벗어나는 유혹과 싸워야 하고. 매순간 뭔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게 제일 힘들더군요. 블로터닷넷 시작하면서 세가지 원칙을 세운 게 있습니다. 하나는 좋은 컨텐츠로 승부해보겠다는 것, 또 하나는 국내 미디어 비즈니스 환경에서 깨끗하고 떳떳한 비즈니스로 승부하겠다는 것, 마지막이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을 늘 고민하는 미디어가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안철수연구소가 지향하는 바와 같습니다. 아무튼 그런 속에서도 나름 처음의 원칙을 지켜오면서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어떨때는 이 원칙을 과연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안철수 :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집니다. 한 회사를 책임지고 있을 때 누구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많죠. 그래도 블로터는 흐름을 잘 잡은 것 같습니다.

김상범 : 블로터닷넷이 출범할 때 블로그가 국내에서 막 주목을 받을 즈음이었어죠. 그래서 눈길도 좀 받았죠. 처음 한 2년정도 시행착오를 거쳐서 지금은 IT 분야 팀블로그 미디어로 굳혔습니다. 미국에 테크크런치나 매셔블 같은 팀블로그 미디어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도 전문 분야별로 팀블로그 미디어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경쟁하고 견제하면서 서로 체력을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하는데,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저희가 1인미디어 공동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했고 실제 저희 말고도 그런 움직임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데, 성격은 좀 다르지만 ‘1인 창조기업’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하시던데요.

안철수 : 개인들이 유사한 주제를 가지고 연합을 해 가면 서로 보완이 되고 호소력도 커질 텐데 그런 모습이 많지 않아 아쉽습니다. 각자 플레이를 하면 힘이 없어질 텐테 말이죠. 1인 창조기업의 경우 정부가 사전 조사를 잘 안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정부나 공무원들이 기존 업체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죠. 그런데 이 부분은 눈에 잘 안띄죠. 실적도 잘 안나오구요. 그렇다보니 실적으로 잡을 수 있는 1인 창조기업에 정부가 관심을 쏟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 활동은 기본적으로 팀워크입니다. 혼자하는 것은 프리랜서죠. 프리랜서를 기업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잖아요.

더 안타까운 것은 소셜벤처의 등장이죠. 벤처를 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소셜까지 하겠다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소셜벤처는 일반 벤처보다 훨씬 더 난이도가 높습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벤처기업을 했던 이들이 다시 뛰어들고, 소셜벤처도 이들이 합니다. 전혀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소셜벤처를 하라니 안탑깝죠. 또 소셜벤처를 창업하는 이들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벤처이고 기업인데 이건 잊고 소셜만 생각하고 정부에게 지원을 해달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지원받을 생각을 하는 것은 기업이 아닙니다.

김상범 : 더듬어보면 예전부터 사회나 기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많이 내셨죠. 요즘은 더 강도가 세진 것 같긴한데, 저는 개인적으로 참 많이도 들어왔던 얘기들입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죠. 참 답답한 노릇이다. 10년동안 저리도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하고 있으니. 그럼, 그동안 우리 사회나 기업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아닙니까.

안철수 : 거대 담론들만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거대 담론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손을 봐야 합니다. 어떤 제도를 정비해야 문제가 해결될 지 고민을 해야되는데 그것에 관심을 안갖다보니 항상 이 모양 이꼴이 됩니다.

김상범 : 그럼 말입니다. 혹시 정부나 기관에 들어가서 직접 바꿔야겠다는 생각 안해보셨습니까. 밖에서 얘기만 하면 답답하기만 할테니 말입니다. 실제, 이런 저런 제안도 많이 받으신 걸로 압니다만. ‘내가 한번 뜯어고쳐보자’ 뭐 이런 생각도 해봤음직한데.

안철수 : 변화될 가능성이 적은데 그곳에 가서 제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혼자만 들어가서는 절대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작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동시에 들어가면 모를까 말이죠. 지금 현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김상범 : 미국에서 공부하셨는데, 그곳은 좀 다른가요.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곳과 뭐가 다른 건가요.

안철수 : 선진국들이라고 하면 어떤 문제에 대해 제도화가 잘 돼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터지면 현상만 해결하고 담당자를 문책하죠. 사회적으로 왁자지껄 떠들다 덮습니다. 제도가 마련이 안돼 있으니 시행착오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죠. 우리는 리스크 테이킹만 하죠. 선진국은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둡니다. 리스크 관리는 당장 표는 안납니다. 당연히 인기가 없죠.

또 한 축은 투명성입니다. 투명하지 않으니 거래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이죠. 사회적인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그렇구요. 정치를 하려면 바로 이런 지점에 집중해야 하는데, 근데 표가 잘 안 나오죠. 업적도 그 다음 정권이 가져가니까.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도 이런 부분에 집중해야 합니다.

김상범 : 사업을 계속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철수 :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선진국의 경우 창업을 경험한 사람은 실패해도 다시 창업을 하고 그렇게 해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갑니다. 그런 사례가 사회적으로 퍼지는 것이죠. 서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개방해서 성공시키는 모델들이 눈에 보이는 것이죠. 한번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다시 창업을 하기도 하고, 학계로 가기도 하고 벤처캐피탈에 가서 그 생태계를 키워내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성공을 하면 그 기업에 계속 머물거나 망해서 재기를 못하거나 딱 두가지 입니다. 성공한 창업자의 소중한 경험이 사회적 자산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조금씩 일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장병규씨나 권도균씨, 김범수씨 같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10배는 더 많아져야 합니다.

김상범 : 학교에서 기업가 정신과 창업과 관련해서 강의를 하고 계신데요. 요즘 학생들 창업에 관심이 많은가요?

안철수 : 예전보다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대기업의 문턱이 워낙 높고, 다른 대안이 없어졌기 때문인 듯 합니다. 창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죠.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게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주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구조도 마련해줘야 합니다. 대학들도 그렇고 벤처캐피털들의 실력도 키워야 하구요. 금융권의 연대보증 문제도 해결해 줘야 합니다. 정부의 정책들도 개선돼야 하죠. 그런데 항상 똑같은 것 같습니다.(웃음)

김상범 : 그래도 요즘 SNS나 모바일이다 해서 예전 닷컴열풍때만큼은 못돼지만 창업 열기도 다시 살아나는 듯 한데요.

안철수 : 그 얘기를 하면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지난 3년간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2004년 페이스북, 2007년 아이폰과 징가, 2008년 그루폰, 2009년 포스퀘어 등이 등장했습니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흐름이 전세계를 뒤엎고, 그 흐름을 타고 엄청나게 많은 회사들이 뛰었습니다. 창업하고 몇년이 안돼 몇조원, 몇십조원의 기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엄청난 기회를 구경만 하다가 놓쳤습니다. 세계가 바뀌는 있는데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정부도 그렇고, 기업들도 그렇고, 미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회의 3년을 우리는 고스란히 잃어버렸죠. 그런데 더 화나는 일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김상범 : 미디어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사실 블로거들은 흐름을 알고 있었다고 봅니다. 목소리가 작아서 그랬지.

안철수 : 그들은 알았겠지만 정작 움직여야 될 이들이 몰랐다는 것이죠. 이젠 많이 늦었습니다. 해외 플랫폼 위주로 모두 휩쓸려 갈 것 같습니다. 그것이 3년간의 공백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서로가 가진 것들을 오픈해서 상생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상생을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상당히 정교해야 됩니다. 상생을 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이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대기업들이 여지를 줘야 하고, 그런 혁신을 대기업들이 흡수해야 됩니다. 이래야 서로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우리는 상당히 미숙합니다. 상황판단을 위한 권한 위임, 기술력을 가진 업체를 볼 수 있는 그런 실력있는 실무자가 대기업에 있어야 하는데, 여러 부분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김상범 : 허망하게 3년을 보내고 아무도 책임을 안진다고 하셨는데, 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같이 들립니다.

안철수 : 담당 부서가 없어서 그렇겠죠.(웃음) 정부가 원래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아이폰이 나오고 창업 열풍이 불 절호의 기회에 우리나라 정부는 IT 컨트롤 타워를 없애버렸죠. 정부 브레인들의 의견은 IT산업은 성장할 만큼 성장했으니 이제 다른 산업을 도와주어야 된다고 결정한 것 같습니다. 융합이 등장한 이유죠. 그래서 컨트롤 타워가 없어진 것이죠. 정부조직이 그렇게 개편됐는데 결국 판단착오였다고 봅니다. 문제가 발생했으면 바꿔야 하는데, 기업이라면 바로 바꿨을 겁니다. 근데 정치는 그게 안되나 봅니다. 빨리 고쳐야 전체가 잘 될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김상범 : 최근 소셜게임 사내 벤처를 독립시켰습니다. 보안업체가 소셜게임이라니 안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안연구소에서 사내 벤처는 처음인 것 같구요.

안철수 : 노리타운스튜디오라고 처음으로 사내벤처가 출범했습니다. 단기간에 결정한 것은 아니구요. 3년간 준비해 왔습니다. 매주 회의에 참여합니다. 큰 방향을 잡을 때 조언을 하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난 3년간의 흐름을 보면서 이 분야에 진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타이밍이 있거든요. 시장 흐름을 먼저 본 것도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상범 :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모두 어려웠습니다. ‘국내 SW 대표주자들의 동반 추락’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안철수 : 기술이나 제품의 실패라기 보다는 경영의 실패였다고 봅니다. 오너들의 독단적인 결정때문에 어려워진 것이죠.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시스템의 실패’였죠.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나 기술의 실패는 아니라고 봅니다.

김상범 : 2011년 계획은 무엇인가요?

안철수 : 사람을 잘 키워야 합니다. 카이스트 교수로 풀타임 일하면서 지도학생 11명을 데리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기업가 정신과 창업 관련해서 강의를 합니다. 교수로서는 그렇구요. 제가 현재 가진 직함만 대략 20여개 정도입니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곳도 있고, 대통령 자문위원을 비롯해서 희망제작소에도 참여합니다. 2010년 외부 강연만 100회 정도했는데 이것도 계속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책을 좀 쓰고 싶습니다. 근데 시간이 많지 않아 걱정입니다. CEO 그만두고 5년이 지난만큼 새로운 콘텐츠들도 꽤 많이 모아놨거든요. 어떻게 아이디어를 사업계획서로 만들 지에 대한 것도 쓰고 싶구요. 와튼 스쿨에서 배웠던 잘못된 경영 상식들을 바로 잡아주는 것, 아이폰이 어떤 영향를 미쳤는 지도 정리해보고 싶구요.

김상범 : 시간이 얼마 안남았으니 마지막 질문을 드려야겠습니다. 블로터닷넷도 인력충원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인 궁금증이기도 한데, 사람을 새로 뽑을 때 무엇을 보시나요?

안철수 : 제가 한 말은 아니고 공감하는 말인데요.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뽑으라고 하더군요. 그런 주장은 결국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겁니다. 자신감이 없으면 내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람은 스스로 계속 학습을 합니다. 그런 사람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이야기할 때도 문제가 없습니다. 스스로 재단을 안하거든요. 사람 하나 뽑는 것 엄청난 일이죠.

김상범 : 그렇게 뽑은 사람이 기대에 못미치면 어떻게 하십니까. 안 박사님은 직원들을 어떻게 야단을 치시나요.

안철수 : 사람마다 능력이 다릅니다. 각자에 맡는 일을 줘야 합니다. 능력보다 과하게 일을 주면 못해냅니다. 서로 불행해지죠. 저는 야단을 치기 보다, 잘못이 반복되면 기대를 접는다고할까요? 어쩌면 제가 너무 혹독할 수 있습니다.

김상범 : 바쁘실텐데 많은 말씀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새해에도 더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 나오면 꼭 읽어보고 싶군요.

Posted by 사천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