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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12 이건희 회장의 人事, 인재론, 천재론
工夫/인생공부2014. 2. 12. 23:46

1.

건희형 기사다. 과묵한 건희형이 이런 인터뷰도 했었구나. 비록 서면 인터뷰였지만.

출처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어디 기사인 줄 모르겠다.

 

건희형은 10년전에 이미 천재키우기 생각을 하셨구나.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키우려던 천재들은 많이 키워냈나?

 

 

 

2.

《우리 사회에서 인재, 인사를 논하면서 삼성그룹을 빼놓기는 어렵다. 특히 1987년 취임 이후 이건희(李健熙) 그룹 회장이 혼란스러운 시대의 중간 중간 침묵을 깨고 던져온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 사회의 ‘인재 지도(地圖)’에 큰 영향을 미쳐온 게 사실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신(新)경영을 주도한 지 올해로 10년, 이 회장은 그룹이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요즘 핵심 인재 육성을 키워드로 하는 ‘제2의 신경영’을 제창, 다시 변화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제2 신경영의 핵심이라는 인재 육성은 어떤 의미일까, ‘인재 제일주의’를 주창해 온 삼성의 최고 경영자로서 그는 어떤 인재관을 갖고 있을까. 이 회장은 동아일보 ‘인간포석 인사의 세계―나의 인재 감별법’ 취재팀에 자신의 인사철학과 인재관을 상세히 털어 놓았다. 인터뷰는 기자가 수십 개 문항의 질문을 미리 보내면 이 회장이 용산구 한남동 자택 집무실에서 구술로 답변하고, 그러면 기자가 다시 추가 질문을 보내 답변을 듣는 방식을 반복해서 이뤄졌다. 이 회장은 6월 10일부터 24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모두 8시간을 이번 취재에 할애했다. 언론에 거의 나서지 않는 과묵한 성품의 이 회장이 이처럼 긴 시간 열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낱낱이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놀라워했다. ‘인재’ ‘인사’라는 주제에 이 회장이 얼마나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화를 하나 소개할까요. 늑대가 나타났다고 늘 거짓말을 했던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다들 아시지요. 그런데 이 소년이 나중에 저승에 갔습니다. 염라대왕이 왜 거짓말을 밥 먹듯 했느냐고 물었지요. 그러자 소년은 ‘너무 심심해서 죽겠더라고요. 이해해 주세요’라며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게다가 ‘내 친구 ○○○는 나보다 훨씬 더 거짓말을 많이 했는데도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요’라고 남의 뒷다리 잡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어떤 유형의 직장인을 가장 싫어하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자작(自作)으로 보이는 우화’를 예로 들면서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인재가 되려는 사람이 금기시해야 할 네 가지가 다 들어 있습니다. 바로 ‘거짓말, 변명,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억지, 뒷다리 잡기’입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의 인물 유형이지요. 직장인으로 성공하려면 이 같은 네 가지 금기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이 회장은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보려 하고, 그것을 키워주는 타입의 리더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번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좌절을 딛고 성공했을 때 이 회장은 전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아무리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라 해도 모든 사업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런데 실패했다고 무조건 버리면 인재를 잃는 것입니다. 다른 사업부로 옮기면 더 큰 성공으로 지난번의 실패를 만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저는 ‘실패는 자산’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과감하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실수나 실패는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이 될 수 있으므로 격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동일한 실패의 반복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려움을 극복한 간부에 대해 이 회장이 쏟는 각별한 애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이기태(李基泰) 삼성전자 사장의 중용이다. 93년 6월 이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간부들을 불러 신경영을 선언하던 당시, 이 사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사였다. 엄청난 위기라며 “일류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하는 이 회장의 말을 듣던 이 이사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당시 불량품을 양산해 내던 단말기 기술 수준을 뼈저리게 자책했던 것.

그러나 94년까지도 불량품은 계속 쏟아졌다. 하루아침에 일류로 도약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좌절은 깊어갔다. 그러나 이 회장은 다시 한번 도전해보라고 격려했다. 격려에 힘을 얻은 삼성전자 무선전화팀은 그동안 만든 단말기를 모두 모아 불태워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였다.

그 후 ‘애니콜 신화’는 시작됐고 그는 상무이사(96년), 전무이사(98년), 부사장(99년)을 거쳐 2001년에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거의 1년에 한 단계씩을 뛰어오르는, 삼성에서도 드문 고속 승진을 거듭한 것.

이처럼 이 회장의 인사철학은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로 알려져 있다. 의심나면 쓰지 말고, 일단 쓰기로 마음먹었으면 결코 의심하지 말라는 것이다.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이 회장이 쓰고 싶어 하는, 갈망하는 인재는 어떤 유형일까.

“바로 천재입니다. 외부에서는 신경영이 질(質)위주 경영이었다면, 제2 신경영은 무엇이냐고 궁금해들 합니다. 그에 대한 답은 바로 나라를 위한 ‘천재 키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재를 그토록 강조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몇 년 전부터 5년, 10년 후 뭘 먹고 살지를 고민해 왔어요. ‘바로 이거다’ 하는 사업이 떠오르질 않더군요. 환경이나 기술이 너무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미래의 보장된 사업을 지금 찾아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였어요.”

이 회장은 며칠씩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우리의 활로를 고민했다고 한다.

“주변 상황을 돌아봤지요. 지금 일본이 불경기라고 해서 우리가 일본을 이겼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일본의 기술력은 아직도 대단합니다. 일본은 정녕 다시 봐야 하는 ‘잠자는 사자’입니다. 중국은 코스트가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으로 생산력이 세계 최대지요. 게다가 시장매력 때문에 외국 자본이 투자를 많이 합니다. 우리보다 대학수가 절대적으로 많고 세계 100위권에 드는 대학도 많아요.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한 대학과 인재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공계 비율이 우리는 40% 수준인데, 중국은 60%를 넘어섰습니다. 지도층의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이고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연구소 수준까지 앞서고 있어요.”

이 회장은 중국 정부 및 국무원의 이공계 출신 지도부 18명의 인적사항까지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추세라면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무선통신 기술마저 중국에 처질 수가 있어요. 또 중국의 경쟁력은 홍콩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세계 기업들의 아시아 본부가 홍콩에 940개, 싱가포르 200개, 상하이 40개인데 한국에는 단 1개뿐입니다. 기업은 기초적인 사업 인프라가 잘 깔려 있는 곳으로 몰리는 게 당연한데 우리는 이런 기초적인 것조차 안돼 있어요. 파이낸싱, 세금, 영어인력 등 기본적인 것을 어떻게 갖춰야할지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본 여건이 안 된 상태에서 아무리 외국기업에 들어오라고 손짓해도 안 옵니다. 지금 우리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위기상황입니다. 기업 정치 행정 각계의 리더들이 이런 것을 생각한다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날 겁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뛰어난 인재를 육성해야겠다는 겁니다. 삼성만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키우겠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결국 천재, 우수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나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게 된다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21세기는 경쟁이 극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소수의 창조적 인재가 승패를 좌우하게 되는 거죠. 과거에는 10만명, 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앞으로는 천재 한 사람이 10만명, 2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될 겁니다. 총칼이 아닌 사람의 머리로 싸우는 두뇌전쟁의 시대에는 결국 뛰어난 인재, 창조적 인재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됩니다. 20세기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제품을 만들었으나 21세기에는 천재급 인력 1명이 제조공정 전체를 대신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반도체 라인 1개를 만들려면 30억달러 정도가 들어가는데 누군가 회로선폭 반만 줄이면 생산성이 높아져 30억달러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천재들을 키워 5년, 10년 후 미래산업에서 선진국과 경쟁해 이기는 방법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디자인 천재, R&D 천재, 설계 천재 등 분야별로 천재급 두뇌를 많이 확보하고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시장이 어떻게 변하든 두려울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 회장이 말하는 천재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 이 회장은 삼성의 누구를 천재급 인재라고 여기고 있을까.



[인간포석 人事의 세계]삼성그룹 회장 이건희<2>



이건희 회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뜰에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 이회장은 한달에 20권이 넘는 책을 읽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이 회장은 삼성의 일선 경영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지행용훈평(知行用訓評)’이라는 5가지로 설명한다.

知 : 사업 분야 전반에 걸쳐 그 기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行 : 알고 있는 바를 솔선수범해 실천해야 한다

用 : 제대로 부하에게 일을 시키고 사람을 쓸 줄 알아야 한다

訓 : 아랫사람을 가르칠 줄 알아야 한다

評 : 한 일을 정확하게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

이 회장은 1997년 발간한 에세이집에서는 중국의 검각(劍閣)이라는 험한 골짜기 앞에서 부하들이 망설이자 “내가 먼저 가겠다”며 담요 한 장을 두르고 절벽 아래로 굴렀다는 삼국지 후반부에 나오는 위나라 장군 등애(鄧艾)의 예를 들며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즉 스스로 행동하기보다는 주위의 평가를 의식하고 주위에서 원하는 대로 움직여서는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은 ‘천재 키우기’를 강조하기 이전부터도 계열사 사장들에게 ‘핵심 인재, 우수 인재를 데려오라’고 주문해 왔다. ‘인재 확보 실적을 사장단 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반영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 같은 회장의 지시가 부담스러웠을까. 한 계열사 사장은 일본에 있는 삼성 현지 법인에 “최고의 기술자를 좀 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얘기를 들은 이 회장은 격노했다. “그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봤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

이 회장은 그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자기 장가가는데 색시를 남보고 구해 달라고 합니까. 왜 사장이 직접 나서서 구체적으로 필요한 분야의 최고 기술자를 구할 생각을 않습니까. 내가 우수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벌써 언제부텁니까. 10여년 전부터 수없이 강조해 왔는데, 아직도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다는 겁니까….”

회장의 질책은 30여분간 계속됐다. 그 사장은 그 후 가장 먼저 ‘기술인력 맵(map)’을 만드는 등 인재 관리에 관한 한 선두 그룹에 속하는 경영인으로 성장했다.

동아일보와의 회견에서도 이 회장은 인재 확보야말로 경영자의 자질 중 으뜸가는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미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미래에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입니다. 경영자라면 핵심 인재 확보를 자신이 챙겨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경영자는 사실 본능적으로 사람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해요. 필요하다면 삼고초려(三顧草廬), 아니 그 이상을 해서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회장이 그토록 강조했던 ‘인재’라는 개념이 최근 ‘천재’로 ‘진화’한 배경은 무엇일까.

“회장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인재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은 변한 것이 없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천재, 이재(異才), 끼 있는 인재, 기술 인재 등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어요. 다만 처음에는 기업 경영 차원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최근에는 국가의 경쟁력도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국가 차원의 인재 육성에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죠.”

―그렇다면 회장께서 생각하는 천재는 어떤 사람입니까.

“제가 얘기하는 천재는 공부만 잘하는, 100점만 맞는 사람은 아닙니다. 각자 끼가 하나씩은 있고 놀기도 잘하고 공부도 효율적으로 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그런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매출액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차지하고 세금도 미국 총 납세액의 1.8%에 이릅니다. 그런 천재 3명만 나오면 우리 경제는 차원이 달라집니다. 그런 천재 세 사람을 찾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삼성에는 천재급 인재가 몇 명이나 있다고 보십니까.

“아쉽게도 삼성 내에는 아직까지 천재급 인재는 없어요.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준(準) 천재급 인재는 여러 명 있다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누구를 꼽으십니까.

“굳이 예를 들자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회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펠로(Fellow)로 선임된 사람들이 해당되겠죠. 또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사람을 ‘삼성 펠로’로 임명하는데 이들도 준 천재급이라 할 수 있지요. 전자의 황창규(黃昌奎·50) 사장은 256M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삼성이 반도체분야에서 세계 1위 기술력을 확보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전기전자공학회에서 펠로로 선임됐지요. 삼성종합기술원의 서양석(徐亮錫·50) 전무와 유인경(柳寅敬·49) 상무보도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사실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진대제(陳大濟·정보통신부 장관) 전 전자사장을 비롯해 스타급 전문경영인 중에는 이 회장이 직접 발굴해 낸 인물이 적지 않다.

“회장께서 어느 날 이러이러한 사람이 있으니 찾아보라고 하시더군요. 회장은 끊임없이 반도체, 전자 관련 해외 저널과 서적을 읽고 여러 외국 전문가들과 교류합니다. 회장이 그런 과정을 통해 찾아낸 인재들인 것 같아요.”(삼성 구조조정본부 노인식 인력팀장)

실무진이 이렇게 추천된 인재들을 ‘모셔 오면’ 이 회장이 직접 만나 면밀히 살핀다. 진 전 사장의 경우 1년에도 몇 차례씩 불러 직접 보고를 받고 검증하면서 점점 더 중용했다.

이처럼 이 회장은 한두 사람의 추천이나 느낌에 의존하기보다는 종합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발탁 후보 인물들을 검토한 뒤 결정하는 스타일. 심지어 해당 후보의 취미, 특기, 요즘 주로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까지도 면밀히 파악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필요한 인재라고 결론내리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삼성 관계자의 전언. “1960년대 말, 70년대 초 동양방송 이사 시절 어디에 우수한 기자가 있다고 하면 이 회장이 직접 나서서 끈질기게 설득하더군요. 고사하면 몇 번이고 계속 설득해요. 삼성전자 부회장 시절에는 ‘회사 다니기 불편하면 인재들의 마음이 떠난다’며 출퇴근 버스 시간표까지 다 외우더라고요.”

준 천재급 인재를 조심스레 거론하던 이 회장은 ‘천재는 길러진다’고 강조했다.

“많은 준 천재급 인재들이 천재급 자질을 갖췄지만 어려서부터 자질에 맞게끔 공부를 못했어요. 물론 문과 출신들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만 공부의 타이밍이 너무 늦어 머리가 굳어졌지요. 이들은 대개가 1940년대 후반이나 50년대 초반에 태어났는데 당시는 전문서적은 물론 상상력을 키워주는 소설이나 만화책도 없었어요. 놀이 종류가 딱지치기, 구슬놀이, 술래잡기 정도였지요.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인 초중학교 시절에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못 되었지요. 요즘 같다면 충분히 천재로 클 수도 있었을 텐데, 참 안타깝습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자랄 때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제 경험에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저는 광복이되던 해인 네 살 때부터 경제를 알았다고 얘기를 합니다. 선대 회장(고 이병철 전 회장)께서 삼성상회를 운영하셔서 매일 주판을 놓고 물건을 사고팔고 맞추는 것을 보면서 자랐지요. 종일 비즈니스 환경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상거래에 관한 한 다른 사람이 초등학교 졸업해야 아는 것을 그때 알게 된 겁니다. 당시의 경험이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 회장은 그러면서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개탄했다.

“천재는 확률적으로 1만 명, 10만 명에 한 명 나올 정도의 사람이기에, 대한민국에서 잘 해야 400∼500명이죠. 그런데 이런 천재들은 보통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교육으로는 천재성을 오히려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빌 게이츠가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중국 한국 등에서 태어났다면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있었겠습니까. 우리나라에도 그런 천재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현재의 제도나 사회 인식에서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제도에 있다고 생각해요. 소수의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경쟁시켜 천재로 키우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다간 준 천재급도 못 키우는 환경이 될까봐 걱정이에요. 일본 유럽 미국의 천재 교육시스템 중 어느 것이 좋은지 연구해서 우리 교육제도에 접목시키는 노력이 시급해요.”

―천재만 너무 강조하면 보통사람은 주눅이 들지 않을까요.

“천재성을 조기에 발굴해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데 ‘위화감’ 때문에 시도 한번 해 보지 못해요. 미국을 보세요. 공립학교에서 대부분 교육을 담당하지만 상위 15%는 사립학교, 특수학교에서 그들에 맞게 교육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사립학교 재단에 기금을 기부해 천재 육성센터를 만들려고 해도 걸림돌이 많은데 이런 것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하향 평준화를 더 이상 방치하면 국가의 장래도 어두워지지요.”

물론 삼성의 미래가 천재에게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현재 경영일선에서 뛰고 있는 테크노 CEO들, 그리고 그룹의 핵심 실세라 할 수 있는 전문 경영인들의 덕목을 예로 들면서 왜 이들이 중용될 수밖에 없었는지, 앞으로 중점을 둘 인재 육성 방향은 어떤 쪽인지를 설명했다.

Posted by 사천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