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도둑놈2009. 8. 11. 21:32
1.
읽다가 눈물이 나려고 했다.






2.
나에게는 한 때 인연을 끊고 싶었던 형이 있다.
결혼 10년차에 두 아이를 키우는 형수가 있다.

형은 결혼 이후 계속 바람을 피웠다.
형수와 부모님과 내 속을 참 많이 썩였다.
남 밑에서 일 못한다며
집안 재산을 가져가 사기도 당하고
사업에도 여러 번 실패했다.

형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여자를 만나면서 더 이상 집안 일에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만났던 그녀는 나에게 바라는 것이 많았다.
또 직장은 다녔지만 돈을 모으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당시 나는 좋은 직장을 다녔고
그녀의 마음을 잡기 위해
해마다 명품 쇼핑을 위한 해외여행을 다니고
고급 호텔과 팬션에서 휴가를 즐기며
그녀의 모자란 카드값을 채워 주웠다.

그리고
결혼을 위해 그녀를 가족에게 인사시켰다.
그녀는 가족들을 만나는 것을 싫어했다.
당연히 형이 있으니 가족과 자주 볼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를 인사시키고 난 결혼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처음으로 형이 술을 마시자고 했다.
그리고 그 여자랑 결혼하지 말라고 했다.
난  화가나고 억울했다.

형 때문에 늘 상대적인 빈곤함 속에서 살았다.
형은 늘 부모님의 헌신적인 지원 속에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다.
형이 그 동안 살면서 사고친 것들이 생각나 울컥했다.
형이 사고쳐서 한 결혼.
형이 그 동안 피운 바람.
형이 그 동안 당한 사기와 사업실패.
나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 게 모두 형 때문이었으니까.

형의 말을 듣기 싫었지만 결혼을 위해 참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형은 어렵게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 했다.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면서 사고를 쳤고
형수가 임신을 했고
단순히 일이 커지고 시끄러워 지는 게 싫어서 결혼했다.
맘에도 없는 형수랑 사는게 의미가 없었고
다른 여자와 바람도 피우면서 두 집 살림도 했다.
사업한다면서 집에서 재산을 가져가 사기도 당했다.
결국 갈 곳이 없어 집에서 빈둥거리며 지냈다.
그렇게 폐인처럼 지내다가
어느 날 집안을 봤다.
부모님은 운동을 하러 가셨고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갔고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고
아내는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자기가 없어도 집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인생에서 그렇게 서러운 적이 없다고 했다.
형은 그제서야 느꼈다.
자신의 아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그 때였구나...
형이 어느 날 갑자기 새벽시장에 나가겠다고 했을 때가...
결혼하고 10년만에 형수에게 선물을 사다주고
조카들의 숙제를 도와주고
그렇게 처음으로 남편과 아빠의 노릇을 하더니
지금은 쓰레기가 아닌 사람이 됐다.

난 그저
이 인간이 나이들고 돈은 없고 하니까 바람도 못 피고 사업한다고 헛소리도 못하고
저렇게 포기하고 혹여나 그 동안 한 짓 때문에
쫓겨날까 무서워 착한 척 시늉이라도 하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형이 진작 이렇게 제대로 살았다면 나보다 많이 배웠고
안정적 수입을 가진 전문가가 됐을 것이다.

살아보니까
네 형수가 인생을 사는 태도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했는 지 이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그 동안 쓸모 없는 인간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난 네 형수처럼 살기로 했다.
너무 고맙다.

그리고
난 한참을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의 삶의 태도...
하지만 생각할 수록 그 속에는 내가 꿈꾸는 사랑도 나도 가족도 그리고 미래도 없었다.
수 많은 고민 속에 한 동안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다.

형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것이다.
배우자의 삶을 대하는 자세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 지...
한 막장인생을 바꾼 것은 바로 형수의 삶에 대한 태도였다.
형에 대한 바보같은 사랑과 아이들에 대한 희망으로
그렇게 살아 온 형수가 새삼 고맙다.
늘 산소같아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있었을 뿐
형수가 없었다면 형이 바라 본 그 집안의 풍경도 없었다.

결혼을 생각한다.
조건은 사라지면 그만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바로 당신이 지금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의 가족과 삶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경제관념, 어른에 대한 예의,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배우자...

그녀와 헤어지면서 마음이 아팠다.
다행인 것은 그녀 역시 나와의 결혼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래서 자신도 연락을 못 했다고 했다.
고급 아파트 마련에 대한 이야기가 지지부진해지자
결혼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고 했다.
다행이다.
그녀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은 아팠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한편으로는 행복했다.

나의 삶의 태도를 생각한다.
이제는 형을 더 이상 미워 할 수 없게 됐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때문에 이제는 한 사람의 내면을 보려고 한다.
나도 그 누군가에게 꿈을 꾸게 만드는 남자가 되고 싶기에 나를 꿈꾸게 만드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

Posted by 사천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