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記/도서2016. 9. 2. 11:31

1.

우리은행에서 도서이벤트를 한다고 하여 홈페이지를 뒤지다 보니까 도서요약본, 오디오북, 북칼럼 등이 있다. 예전에는 책을 제대로 읽어야지 '다이제스트', '요약본' 따위를 왜 읽는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독서 자체를 안하다보니 '다이제스트랑 요약본이라도 보는 게 얼마나 대단한가!'로 생각이 바뀌었다.

 

 

2.

그래서 '다이제스트'건 '요약본'이건 제대로 된 책이건 무조건 열심히 읽고 줄치고 공부하고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은행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던 북칼럼 읽고 되새기고 싶은 부분을 남겨본다.

 

3.

소비는 심리다
  • 자민당 정권이 복귀한 2012년 말, 일본 열도에는 막연하나마 곧 경기가 회복되고 소비활동도 왕성해질 것 같은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하지만 나는 사원들에게 ‘경기가 금세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소비가 더 위축될 수도 있으니 각오해두어야 한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소비는 심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계를 꾸려나가는 주부들은 상품이 아주 조금만 비싸져도 심리적인 저항감을 느낀다. 막상 계산해보면 아주 적은 금액이더라도 ‘가격 인상’ 자체에 거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물건 살 돈이 있어도 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소비욕구가 뚝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이 소비세 증세다. 실제로 1989년에 소비세가 3%로 인상되자 1년 반 동안 소비활동이 위축되었다. 그 후 경기가 겨우 회복되나 싶더니 1997년 소비세가 2% 더 올라 5%가 되자 소비활동은 급격하게 위축되었고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감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에서 무언가 돌파구를 찾으려면 경제학적 측면보다는 심리학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였다. 나는 고민 끝에 임원회의에서 ‘소비세 인상분 5% 환원 세일’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모두들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냐는 듯이 웃어댔다. 당시는 10% 할인스티커를 붙여놓아도 물건이 안 팔리던 시대였다. 그러니 고작 5% 할인해봤자 고객이 물건을 집을 리 없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손님들은 ‘소비세 인상’ 자체에 불만을 품고 있으니 ‘소비세 인상분만큼 환원해준다’고 하면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모두가 완강히 반대하는 바람에 시범적으로 홋카이도 지구에서만 실행해보자고 결론을 내고 홋카이도에서 ‘소비세 인상분 5% 환원 세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전년 대비 175%의 매출을 기록했다. 곧바로 그 다음 주부터 전국으로 환원 세일을 확대했다.

    거품경제가 붕괴되고 마을 여기저기에 할인점이 속속 들어서던 시대에는 ‘싸다, 비싸다’ 같은 가격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같은 감각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갔다가는 실패하고 만다. 예전에는 같은 가격이라도 양을 늘리면 고객이 ‘싸다’고 느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시대인 지금은 ‘많은 양’에 매력을 느끼기는 어렵다. 오히려 홀로 살거나 단둘이 사는 세대가 늘어나면서 양이 적으면서 저렴한 상품이 좋다거나 양이 적더라도 품질 좋은 상품을 선택한다.

    고객에게 선택받는 상품을 만들려면 ‘고객의 입장’에서 가설을 세우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자칫하면 ‘고객을 위해서’라는 사고방식에 빠지기 쉽다. 고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일을 찾아야 하는데 내 관점에서 고객을 ‘위하는’일을 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세븐일레븐의 대표적인 히트상품으로 ‘고다와리오무스비’라는 고급 삼각주먹밥이 있는데, 품질이 한 등급 높은 재료를 쓰는 대신 가격이 비싸다. 2001년 처음 발매한 ‘킹새먼(연어)’은 160엔(약 1,800원), ‘이쿠라(연어알)’는 170엔(약 1,900원)이었다. 편의점 삼각주먹밥 값으로는 상식을 초월할 만큼 비싼 가격이었다. 당시 맥도날드가 65엔(약 700원)짜리 햄버거를 판매하고, 요시노야가 규동 한 그릇을 280엔(약 3,100원)에 판매하는 등 일대 ‘가격 파괴’가 일어나고 있었다. 다른 편의점 체인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100엔짜리 삼각주먹밥을 선보였다. 물론 세븐일레븐도 100엔, 120엔짜리 삼각주먹밥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아무리 가격이 싸도 똑같은 삼각주먹밥을 계속해서 집지는 않았다.

    당시 개발자들은 100엔보다 더 싼 삼각주먹밥을 내놓자고 제안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고객은 갈수록 더 싼 상품을 원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고객을 위해서’라는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나온 오판이었다. 나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대신 200엔(약 2,200원)짜리 고급 삼각주먹밥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나는 ‘고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고객이 물건을 구매하는 동기가 단순히 값이 싸기 때문만일 수는 없다. 그보다는 참신함에 마음이 끌리거나 맛에서 새로운 감동을 받았을 때 지갑에서 돈을 꺼낼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100엔짜리 삼각주먹밥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그때까지 없었던 저렴한 가격대라는 ‘장치’에 이끌려 구매한 고객이 많았다. 하지만 질적인 변화도 없이 똑같은 장치를 다시 내세운다면 가격을 더 내린다 해도 고객은 더 이상 감동받지 않는다. 차라리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삼각주먹밥을 세상에 선보이는 편이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는 길이라 판단했다. 개발팀의 구성원들은 모두 200엔짜리 삼각주먹밥을 내놓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저렴함보다는 새로운 가치에 끌리는 것이 소비포화시대의 심리이다. 나는 어떻게든 200엔짜리 삼각주먹밥을 만들어내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김, 쌀, 속재료의 품질과 맛을 업그레이드하고 화지로 포장한 고급 삼각주먹밥, ‘고다와리오무스비’가 탄생했다. 이 고급 삼각주먹밥은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속에서도 삼각주먹밥 부문 매출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로 이끈 대히트상품이 되었다.

    상품을 만드는 사람은 타사의 움직임이나 세간의 유행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된다. 전문가와 같은 발상도 필요 없다. 오랜 세월 쌓아온 과거의 경험은 때로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약간 유리했는지도 모른다. 애초에 소매업 분야에서 일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고정관념이 없이 좀더 넓은 시야에서 소매업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 덕에 매사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 『경영자가 가져야 할 단 한 가지 습관』 중에서
    (스즈키 도시후미 지음 / OCEO / 172쪽 / 12,000원)
    Posted by 사천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