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기자가 디아블로 에디터를 썼더니 게임이 재미없어지더라는 자신의 경험을 서술한 기사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어둠 속에서 찾아 헤맸던 통로도 힘들이지 않고 찾아나가다 보니, 새로운 것을 찾는 기대감도 크게 떨어져 버렸다. 게임을 띄울 때마다 느꼈던 설레임도 사라졌다. 게임의 재미를 짧은 시간에 압축해서 느껴보고자 한 시도가 게임의 재미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목표는 언제나 산 너머 저 멀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조급한 마음에 우리는 뭔가 단기숙성 코스는 없는지 찾게 된다. 마치 대입시험에 있어서 속성반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 겪는 어려움·고난·괴로움은 목표가 안겨줄 보람을 영글게 하는 중요한 영양소다. 나비는 번데기를 스스로 벗어나야만 거친 세상을 견디어 내고, 아름다운 날개를 달고 꿀을 찾아 나설 수 있다. 현재의 어려움을 거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 버리면, 그 다음 다가올 어려움을 감당할 준비를 갖추지 못하게 된다.
복권 등을 통해 자신의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거머쥔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리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산다는 통계가 있다. 대나무는 자라면서 마디마디 흔적을 남겨 모양새가 뭉툭한데, 만약 미끈하게 자라났다면 그리 강하지는 못할 것이다.
디아블로를 할 때 느꼈던 재미라는 것은 단순히 자신이 키우는 캐릭터의 레벨이 올라가고, 좋은 무기나 갑옷을 구했을 때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출구를 찾아 헤매고, 강력한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연구하고, 그리하여 결국 괴물과의 사투 끝에 승리를 거두는 그러한 과정이 재미를 주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어려움과 고민의 순간을 ‘나’가 아닌 다른 것을 통해 해소해 버리는 순간, 게임의 재미는 어느덧 사라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 당신이 당면한 어려움을 아무 고통 없이 쉽게 넘어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만큼 당신의 보람과 자신감과 도전정신도 줄어들 것이다. 어느 길로 갈 것인지는 당신이 선택해야 한다.
2.
맞다.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과제가 주어지고 그것을 성취하고 게임 내에서의 성취를 자신과 동일시하게 되는 것이 크다. 인생도 그렇겠지. 돈 많고 뭐든지 할 수 있고 아쉬울 것이 없다면 그 인생이 과연 즐겁기만 할 것인가.
열심히 살면서 인생을 즐기자. 내 일을 사랑하고 내 가정, 내 가족, 내 친구, 내 인생을 사랑하자. 시련, 고난, 과제를 이겨내고 풀어내면서 즐겁게 살자.